요즘 비행기와 새는 관계가 썩 좋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알프스 상공을 비행 중이었는데 별안간 검은 그림자가 조종실을 가렸다. 거대한 독수리가 뒤쫓아온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조종사는 처음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설마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줄은 몰랐다. 비행기가 독수리와 충돌하는 것을 피하려고 고도를 올렸다. 그러나 공격해 오는 놈은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다. 충돌할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윽고 한 마리가 기를 쓰고 덤볐다. 그 순간 기체는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비행기는 무사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공중에서의 한판 승부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남은 한 마리가 집요하게 뒤쫓아왔다. 깜짝 놀란 조종사는 몇 번이나 급선회를 시도했지만, 그 독수리를 뿌리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항 상공에서 공중제비를 돌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사건이 있었다.
이와 동일한 사건이 기니아에서도 일어났다. 에어 기니아의 정기 여객기 AN 24형 비행기가 승객 40명을 태우고 칸칸 시를 향해 날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알지 못했다. 칸칸 시에 도착하기 몇 킬로미터 전에 대머리 독수리가 비행기로 돌진해 왔다. 앞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고 세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조종실을 강타했다. 조종사의 얼굴을 공기의 소용돌이와 충돌하여 눈을 뜰 수 없었다. 계기판도 망가졌다. 간신히 비행장에 착륙시킬 수 있었다. 뒤에 판명된 바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대머리 독수리가 작은 새를 잡아먹고사는 지역을 통과했던 것 같다. 대머리 독수리는 이 초대받지 못한 손님을 놀라게 하려 했는데 반대로 자신이 생명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와 같은 비행기나 헬리곱터가 새떼의 습격을 받는 사건은 각국에 이미 많이 보고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사고가 많은 곳은 철새의 이동경로에 해당하는 비행장 상공에서 새떼와 부딪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새는 공중에서 비행기를 발견하고도 코스를 바꾸어서 비행기에게 길을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 왜 코스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까?
조류는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이제껏 비행기처럼 하늘을 나는 괴물을 만난 일이 없기 때문에 이런 날개를 가진 거대한 '친구'를 공중에서 만난다 하더라도 길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정기 여객기는 그 숫자가 속도와 함께 증대 일로에 있다. 새는 속도가 빠른 정기 여객기의 코스와 충돌하더라도 비행기를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편 조종사 쪽도 비행기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새를 피할 여력이 없다. 기상조건이 양호한 한낮에도 시속 250-3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기 때문에 조종사는 마주치는 새의 모습을 거의 알아볼 수 없다. 이 정도의 속도라 하더라도 무게 4킬로그램의 돌과 부딪힌다면 기체는 300킬로그램의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요즘 항공기는 이런 느린 속도로는 비행하지 않는다. 제트기가 무게 6-8킬로그램의 돌과 정면으로 충돌하면 비행기의 꼬리 부분에 있는 수평, 수직 날개는 비틀려서 떨어져 버릴 것이다.
오늘날 항공기의 아킬레스건은 제트 엔진이다. 몇 년전 미국에 있는 공항 상공에서 '엘렉트라'형 비행기가 이륙 직후 엔진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나서 기수를 바다로 향해 돌진한 큰 사고가 일어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주지하다시피 터보 제트 엔진의 앞부분에는 커다란 개구부, 즉 공기를 빨아들이는 구멍이 있다. 지상에는 엔진을 전부 작동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처에 있는 작은 물체는 전부 이 개구부로 빨려 들어가고 말 것이다. 터보 제트기 '엘렉트라'는 이륙 직후 찌르레기 떼와 만났는데, 그 일부가 공기와 함께 공기 흡입구로 빨려 들어왔다. 그리고 이 찌르레기가 터빈 날개에 큰 손상을 입혔고, 또 엔진 내부에 있는 공기 통로를 막아 버렸기 때문에 이 비행기는 갑자기 속도가 떨어져서 바다에 추락했던 것이다.
또 1970년 10월에는 뉴욕행 점보 여객기 보잉 727의 엔진 중 하나에 공항 상공을 날고 있던 들꿩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 때문에 이 비행기는 연료 탱크에 들어 있는 연료를 전부 버리고 어쩔 수 없이 비상 착륙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새와 비행기 사이에는 공중뿐만 아니라 지상, 즉 공항에서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 통계에 따르면 비행기와 새 사이의 충돌의 절반 이상은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즉 저공비행에서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와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고, 공중 여행의 안전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옛날 같으면 밭에 떼로 몰려다니는 참새를 쫓는 데 땡땡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에는 이착륙 활주로에서 새들을 내쫓으려면 좀더 교묘한 수단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나라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이미 20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몰두해 왔다. 그들은 새들은 위협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찾아내어 실험해 왔다. 예를 들어 막대기 끝에다 죽은 새를 부자연스럽게 매단다든지, 독수리나 매 같은 맹금류의 박제를 늘어놓거나, 녹음기로 총소리를 틀어놓았다. 어떤 나라에서는 현재까지도 새를 쫓기 위해서 공항 직원이 소형차를 타고서 활주로를 돌아다니며 공포탄을 발사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는 여전히 공항 상공을 날아다니는데, 어느 쪽으로 날아갈지, 어디에 멈출 것이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도된 새 쫓는 방법의 대부분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새는 소리나 동료의 사체에도 곧 익숙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20데시벨의 강력한 소리를 이용하여 활주로에서 새를 쫓는 실험을 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 새들은 곧 이 강력한 소리에 익숙해져서 소리와 동시에 무언가 실제로 위험이 나타나지 않는 한 마이동풍 격이었다. 어떠한 위협도, 겉보기에는 그럴싸한 위험도 새들의 본능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새들을 공항에서 쫓아낼 유효한 수단을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그 해답은 의외에도 새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근처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에서는 새들을 퇴치하기 위해 독수리를 이용하였다. 즉 특별히 훈련된 독수리는 전체 길이 4킬로미터의 활주로에서 비둘기 떼를 쫓아 버렸다. 이 독수리 작전이 실시되기 전까지 1년간 활주로에 나타난 비둘기의 숫자는 36,829마리였는데, 1970년에는 그 숫자가 193마리로 격감했다. 비둘기의 자기 보존 본능이 독수리가 있는 공항에 가까이 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또 영국에서는 훈련된 매를 공항에 배치하여 늘 공항 상공을 날아다니던 갈매기를 쫓아버렸다. 현재 북유럽 각국은 영국에서의 이 경험을 도입했다.
활주로 상공에서 비행기와 비둘기, 갈매기, 찌르레기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근 독수리나 매가 시작한 '공항보안 업무'는 실제상으로 이들 맹금류의 '제2의' 직업이다. 비행기가 출현하기 훨씬 이전에 인간은 야생의 짐승을 잡아서 주인 곁으로 가져오도록 독수리나 매를 훈련시켰다. 현재까지도 새의 가장 오래된 이 직업을 겨루는 콩쿠르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루야지의 수도인 트리빌 시의 '로코모 치프' 스타디움에서는 수천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가 메추리를 사냥하는 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그루지야 각지에서 모인 80명, 우선 주인이 부르면 횃대에 앉아 있는 독수리는 주인의 주먹에 앉는다. 그 다음에 메추리를 풀어주어 날린다. 그리고 날아간 메추리를 사냥하는 기량을 서로 겨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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