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라고 하면 전연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둘기는 방향감각이 분명하고 최고 시속 70킬로미터로 500-600킬로미터를 난다. 방향 감각이 좋다는 것, 자기 집을 기억하여 그곳으로 되돌아온다는 비둘기의 독특한 성질을 인간이 처음으로 이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이라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다. 이런 이유로 전령 비둘기는 확실하면서도 발 빠른 파발꾼이 되었다. 로마 시대의 장군 브루터스가 이용한 이래 전령 비둘기는 많이 보급되었다. 1891년 비둘기에 의한 우편이 뉴질랜드에서 정식으로 채용되었다. 특수한 종이에 쓰인 통신문을 비둘기 발에 묶고 그 끈에다 우표를 붙였다.
보불전쟁(1870-1871년)이 일어났을 때 프로이센군에 포위된 파리에서 전령 비둘기가 마이크로필름에 촬영한 편지를 배달했다. 이 마이크로필름에는 3평방센티미터에 2만 자나 되는 글자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프로이센 군은 이 전령 비둘기를 잡기 위해 매를 동원했다. 그러나 프랑스 측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서 비둘기 꼬리에 특수하게 제작된 작은 피리를 달았다. 그 피리소리에 놀란 매는 한 마리의 전령 비둘기도 죽이지 못하고 기지로 돌아왔다.
이어서 제 2차 세계대전에는 양쪽 모두 합해서 약 백만 마리의 전령 비둘기가 이용되었는데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영국 해군 역사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1942년 봄 독일 공군기는 한 척의 영국 잠수함을 발견하고 폭탄 공격을 퍼부었다. 폭격이 끝났을 때 잠수함의 키와 부상 장치가 망가져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위급한 상황을 알려야 되는데 물속에서는 무선통신이 작동하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앉은 채로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긴 하지만 단 한 가지 방법이 남아 있었다. 잠수함에는 두 마리의 전령 비둘기가 있었던 것이다. 그 비둘기가 기지와 연락을 해줄지도 모른다. 전령 비둘기를 탈출용 캡슐에 집어넣고 어뢰 발사관에서 물속으로 발사했다. 그다음은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일각이 여삼추였다. 그리고 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되자 구조대가 극적으로 도착했다. 그들을 죽음에서 구해준 것은 바로 전령 비둘기였다. 폭풍이 치는 바다를 수백 킬로미터나 날아가서 잠수함의 위치를 알리는 통신을 배달한 것이다. 이 공적에 의해서 비둘기는 최고의 특별 훈장을 받았고 기념비가 건립되었다. 또 잠수함의 정식 승무원이 되었다. 이외에도 파리에서는 전쟁 중에 세운 공적을 기리기 위해 전령 비둘기 기념탑이 건립되었다.
그러나 무선통신뿐만 아니라 위성통신 시대가 된 오늘날에도 전령 비둘기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렇다. 멋지게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이터 통신의 기자는 오늘날에도 기사를 편집국에 넘기는데 전령비둘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교통체증으로 복잡한 간선도로를 자동차로 달려가서 기사를 넘기는 것보다는 전령 비둘기에게 맡기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둘기는 현재도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 영국 신문 '선데이 텔라그라프'의 1970년 말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군사전문가는 지뢰가 매설된 지대나 군사목표물을 발견하는 데에 비둘기를 이용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미국 국방성은 미시시피 대학의 동물 심리학과 계약을 체결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하려는 기도가 미국에서 최근 30년 동안 여러번 실시되어 왔다. 예를 들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스키너 교수가 추진했던 '비전' 계획의 줄거리를 미국 정부가 발표했다는 뉴스가 1960년에 미국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것은 비둘기를 이용하여 로켓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간에 걸쳐서 다수의 실험을 반복한 결과 이 특이한 유도장치는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은 작동을 하게 되었다.
로켓 탄두에 목표(비행기 혹은 함선)를 추적하는 장치를 싣는다. 그 영상이 특수한 스크린에 투영된다. 스크린 앞에 있는 횃대에 비둘기가 서있다. 비둘기는 자기 시야에 영상이 나타나면 훈련받은 대로 그 영상을 부리고 콕콕 찍는다. 로켓이 목표물을 향해서 정확하게 날고 있으면 목표물의 영상 스크린 중앙의 어둡게 된 부분에 나타나는데 보이지 않는다. 단지 로켓이 조금이라도 코스에서 벗어나면 목표물의 영상은 스크린의 밝은 부분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둘기는 곧 그것을 찍는다. 그리고 영상이 사라질 때까지 그 행동을 계속한다.
스크린의 표면은 전류가 통하고 있고, 비둘기의 부리에는 금속으로 만든 뾰족한 것이 씌워있다. 때문에 목표물의 위치에 따라서 스크린에서는 일정한 크기의 전류가 흐른다. 이 전류는 변압 정류기를 통해서 제어용 키로 보내지는데 그에 따를 가도만으로 방향이 수정되어 로켓은 정확한 코스로 되돌아간다. 이 장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스키너 교수는 로켓에 다가 다섯 마리에서 일곱 마리의 비둘기를 싣자고 제안했다. 한 마리나 두 마리의 비둘기가 틀리더라도 대다수의 비둘기의 결정에 따라 로켓을 정확한 코스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당연히 떠오르는 의문은 동물 심리학자인 스키너 교수가 왜 기계적, 전기적, 기타 자동제어적인 장치가 아닌 비둘기를 이용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비둘기의 눈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관으로 영상의 극히 세세한 부분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스키너 교수가 비둘기를 로켓 제어에 사용하려는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이것 때문이다. 박사가 실제로 증명한 것처럼 이 아이디어는 완전히 실현 가능한 것이었다. 스키너 박사는 이외에 비둘기의 뛰어난 비행능력을 이용한 또 하나의 계획을 제안했다. 이 목적을 위해 로켓이 일정한 목표를 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위치를 바꾸는 목표를 향해서 복잡한 코스를 취해서 날도록 로켓을 유도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초창기에는 스키너 박사의 계획을 실시하는 것이 미군에게 도움이 됐지만 '비전' 계획이 완료된 1944년에는 이미 그 필요성이 사라졌고, 모든 자금이 원자폭탄 개발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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