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열거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예보관으로서는 고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들을 곤란하게 만든다. 결국 우리가 기상 예보관을 너무나 믿었기 때문에 흠뻑 비에 젖기도 하고, 맑은 날에 우산을 들고 다니는 꼴이 되기도 한다. 또 기상 예보관을 믿지 않는다면 공항에서 며칠씩이나 날씨를 기다리거나 갑자기 찾아온 폭풍에 화를 내기도 한다.
정확하게 일기를 예보하는 문제가 아직껏 해결되지 못했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밀을 좀처럼 보여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불가사의한 일은 아니다. 대기 속에 생기는 모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천연의 살아 있는 기압계, 온도계, 습도계, 기타 다수의 '측정기'를 인간은 옛날부터 일상생활에 사용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그 '구조'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기상학에 활용하지 못한 사실이 오히려 불가사의한 일이다.
생물과 주위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관한 데이터에 기초해서 대기(물리적) 현상과 생물학적 현상을 끝까지 철저하게 연구하여 얻어진 지식을 일기 예보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이용할 시기가 이미 도래했다. 다음에 바이오닉스(생물공학)가 거둔 새로운 연구 부문에 관한 최초의 성과를 소개하겠다.
통계에 따르면 1년 동안 바다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그 대부분은 폭풍이나 태풍을 만난 선박이 조난당해서 발생한 사고이다. 1929년에 북대서양과 북해에 들이닥친 격렬한 폭풍 때문에 한 번에 6백 척이 넘는 선박이 난파됐다. 그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1964년에 발생한 사고로 지금까지 발생한 해난 사고에 대한 기록을 모두 다시 써야 할 형편이었다. 서유럽의 언론에 발표된 대부분의 기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선원들은 이 해를 '숙명의 해'라고 부를 정도다.
폭풍우를 멈추게 하거나 그 진로를 변경시키는 일은 현재로서는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나 폭풍우의 접근을 사전에 미리 알고 그 진로를 피한다거나 가장 가까운 기항지로 피난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보통의 기압계를 갖고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2시간 전에야 '감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현지 쾌속 정기선이라 할지라도 이 기압계만으로는 폭풍우를 빠져나오기가 불충분하다. 그러나 많은 바다새나 바다 동물은 폭풍우를 피하는데 좀 더 적당한 상태에 있다. 뱃사람이나 해안에 사는 주민들은 이미 옛날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들 동물은 폭풍우가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아직 기압계의 눈금이 내려가지 않고, 날씨가 악화될 기미가 전연 보이지 않는, 폭풍이 내습하기 훨씬 전에 돌고래는 바위 뒤로 피난하고 고래는 먼바다로 나간다. 또 날씨가 졸은 날에는 파도치는 바닷가 돌 틈 사이를 돌아다니던 뱀의 일종은 육지로 올라온다. 상어나 갈매기도 날씨의 악화나 폭풍의 접근을 미리 알 수 있다.
도대체 이 '제6감'은 무엇일까? 대기 속이나 바다속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과정과 그 과정을 생물의 몸이 감지하는 생리학적 감각과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단 말인가? 인간이 폭풍우의 접근을 예보하려면 광대한 지역의 기상조건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일기도를 작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기상학자는 오직 이 일기도를 해석하는 것만 날씨의 변화를 예언할 수 있다. 바다새나 물고기, 기타 동물들에게 '일기도'의 역할을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관측장치'가 폭풍의 접근을 정확하면서도 제때에 그들에게 경고해 주는 것일까? 생물공학자들 만약 이 수수께끼를 풀 수만 있다면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게 틀림없다.
많은 생물들에게는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날씨를 예보하는 기구를 몸에 지니고 있다. 생물공학자가 실험대상으로 첫 번째로 꼽은 것을 해파리이다. 해파리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까, 폭풍우가 접근하기 훨씬 전인데도 연안의 안전한 곳으로 서둘러 몸을 숨겼다.
그렇다고 한다면 해파리 같은 하등동물이 어떻게 해서 몇 시간도 더 전에 폭풍우가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해파리의 몸을 잘 조사해 보았더니 초음파를 감지하는 귀를 갖고 있는게 밝혀졌다. 폭풍우가 일어나기 10-15시간 전에 발생하여 물속에서 잘 전달되는 초음파(주파수 8-13 헤르츠,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를 해파리는 이 귀로 포착할 수가 있다. 해파리의 '귀'는 맨 끝부분에 둥근 공이 붙은 가는 막대로 되어 있다. 공 속에는 액체가 들어 있어,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돌이 신경 종말 기관(신경계의 말단부, 곧 말초에 있는 기관, 말초신경의 종말부의 구조적 분화나 그 연접 구조물로써 그 신경의 분포 내지 지배를 받음, 구심 신경의 종말 기인 감각 종말 기는 수용기로, 원심 신경의 종말 기인 운동 종말 기는 교과기의 기능을 함, 말단기관)에 접촉해 있다. 초음파는 액체가 들어 있는 공으로 우선 전달되고, 그로부터 거품 안에 있는 작은 돌을 통해서 신경에 전달된다. 모스크바 대학의 생물공학자들은 해파리 '귀'의 작동원리를 이용하여 폭풍우를 자동적으로 예보하는 전자장치를 개발했다.
해파리의 '귀'를 모방한 이 전자장치는 약 10헤르츠의 공기 진동을 포착할 수 있는 메가폰(megaphone; 음성이 멀리 들리게 입에 대고 소리를 내는 도구, 확성 나팔)과 이 진동수의 공기 진동만을 통과시키고 기타 '잡음'은 차단시키는 공진기, 포착한 신호를 펄스 전류(전류 파형의 하나, 간헐적으로 짧은 시간만 흐르는 전류, 전류가 흐르고 있는 시간에 비해 파고가 큰 것을 말함)로 변환시키는 크리스털 픽업(crystal pickup; 레코드 플레이어에 쓰는 픽업의 한 가지, 도셀염등의 결정판을 써서 바늘 끝의 진동을 전기로 바꿈), 증폭기, 거기에 측정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장치는 배의 브리지(bridge; 선장이나 함장이 지휘하는 곳)에 고정시켜 놓는다. 스위치를 올리면 메가폰이 천천히 회전하면서 폭풍우의 신호를 찾기 시작한다. 그 신호가 발견되면 피드백(feed back; 전기회로에서 출력의 일부를 입력 측으로 돌리고 출력을 증대 또는 감소시키는 일)의 원리로 작동하는 특별한 장치에 의해 메가폰이 멈추고, 어느 방향에서 폭풍우가 올 것인지를 가리킨다. 브리지에는 측정기와 빛 또는 음파로 폭풍우의 도래를 알리는 표시기가 놓여 있다. 여기서 설명한 폭풍우 검지기는 15시간 전에 폭풍우가 내습하는 것을 알려주고, 그 폭풍우의 세력까지도 나타낸다.
일부 물고기가 지지고 있는 '기압계'에 관해서 생물공학자가 실시하고 있는 연구는 아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예를 들면 메기는 폭풍우가 몰아닥치기 전에 반드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미꾸라지과의 한 종류(Nemachilus)는 맑은 날에는 마치 박물관의 진열품처럼 수조 밑바닥에 정지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기다란 몸을 구부려서 헤엄치기 시작하면 잠깐 동안 일지라도 하늘에 구름이 나타난다. 그리고 상하 좌우로 활발하게 헤엄쳐서 돌아다니면 곧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중국 일부 지방 농민들은 이 살아있는 '청우계'를 이용하고 있다.
미꾸라지도 기압의 변화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이 물고기는 날씨가 나빠지기 전에 수면위로 떠오르는데, 날씨 면화를 만 하루 전에 포착한다. 일본 연안의 심해저에 사는 예쁜 작은 물고기를 관찰하고 있으면 일기 변화를 사전에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은 물고기가 이처럼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 것은 왜 그럴까? 그 비밀은 부레의 특수하나 구조에 있다. 물고기의 부레는 보통 몸의 비중을 주위의 물의 비중과 똑같이 만들어서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앞에서 예를 든 일본 물고기의 부레는 또 하나의 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그 물고기의 부레는 기압의 변화를 포착하는 예민한 기관이다. 기압계가 겨우 감지할 정도의 기압의 면화를 포착할 정도로 그 감도가 예민한 데다가 기압의 완만한 변화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이 물고기가 정확하게 날씨를 예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거머리(Hirudo medicinalis)도 날씨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거머리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수조의 밑바닥에 길게 누워 있지만 비가 오기 전에는 몸을 구부리면서 빠르게 헤엄쳐서 불에서 기어나오려고 하고, 수면보다 위쪽 벽에 찰싹 달라붙는다. 지렁이가 땅위로 기어 나오려고 할 때는 건조하고 좋은 날씨가 천둥을 동반한 불안정한 날씨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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