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계에는 각양각색의 동물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이 오랜 기간 냄새 탐색기로 사용해 온 것은 겨우 3∼4종이다. 예를 들면 금세기 초에는 많은 나라의 탄광에서 갱내 가스 검지기로 카나리아를 이용했다. 카나리아는 갱내에 극히 미량의 유독가스가 들어있다 하더라도 의식을 잃을 정도로 유독가스에 민감했다. 그러나 산소의 양을 충분히 공급하면 카나리아는 다시 의식을 회복한다.
일찍이 잠수함의 승무원으로 인간이 아닌 흰쥐가 승선한 적이 있었다. 7대 해양을 제패했던 영국 잠수함조차 조금만 취급방법이 잘못되어도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가솔린을 조명용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흰쥐는 가솔린 냄새에 대단히 민감해서 가솔린이 새면 찌익 찍 하는 울음으로 위험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흰쥐를 사육하기 위해 전체 함대의 예산에서 일정 비용을 데어놓을 정도이다. 이 흰쥐의 냄새 탐색 능력은 오늘날에도 이용되고 있다. 일부 국가의 광부들은 갱내 가스를 검지하기 위해 흰쥐를 바구니에 넣고 다닌다 한다. 흰쥐는 갱내의 가스 냄새를 맡자마자 바구니 속에서 몹시 허둥대기 때문이다.
광부에게는 또 하나 오랜 충실한 친구 마히와 가 있다. 영국 맨스필드의 탄광에서는 매일 아침 작업을 시작하기 저에 두 사람의 전문가가 마히와 가 들어 있는 큰 바구니를 들고 갱내로 들어간다. 광부들은 여러 번 자신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해 주었던 마히와 에게 커다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것은 마히와 가 일산화탄소에 대단히 약해서 조금이라도 공기 중에 일산화탄소가 있으면 질식해서 죽어 버리기 때문이다.
매년 겨울이 되면 눈사태로 큰 피해를 입는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방에서는 네발 달린 짐승으로 오랜 친구인 개가 구조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알프스 지방 주민들은 눈사태가 날 위험이 있는 경사면의 징후를 숙지해 두고 일정한 장소와 일정한 시기에 일어나는 눈사태에 '칼루라'라든가 '요한나'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다. 그리고 이들 눈사태의 내습에 대비해서 대책을 세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산악지방에서는 스키를 즐기는 사람, 나무꾼, 농민 또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끊임없이 눈사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매년 많은 사람들이 눈사태로 생매장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즉시 구조대가 조직되지만 때로는 눈사태가 광범한 지역에 걸쳐 있을 때가 있다. 그러한 때에는 깊은 눈 속에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이 대단히 힘들다.
그곳에서 활약하는 것이 바로 개다. 눈사태로 생매장된 사람을 찾아낸다는 이런 곤란한 일을 아무 개에게나 다 맡길 수는 없다. '눈사태' 전용견은 우선 첫째로 후각이 예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도시에서 기른 개는 후각이 아무래도 조금은 둔하다. 더구나 눈보라 속에서 눈 속에 매몰된 낯선 사람을 냄새만 가지고 찾아내는 일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냄새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과는 전혀 별개이다. 다라서 '눈사태' 전용견을 훈련시키는 일은 수 비지가 않다. 우선 눈 속에 매몰된 주인의 소지품을 찾아내게 한다. 그 일이 가능해지면 눈 속에 파묻힌 주인을 찾아내는 훈련을 한다. 그다음은 좀 더 어려운 '낯선 사람을 찾아내는' 훈련을 한다. 잘 훈련된 '눈사태' 전용견은 안개나 어둠 때문에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도 찾아낸다. 그들은 어떤 악천후라 하더라도 곤란한 구조활동을 훌륭히 해낸다. '베리'라는 이름을 가진 스위스의 '눈사태' 전용견은 난 고타르 고개 부근에서 50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구조했다.
카나리아, 흰쥐, 마히와, 개는 말하자면 냄새 탐지업의 선구자이다. 최근에는 다른 많은 동물이 그 동료가 되었다. 그 하나의 예가 앵무새이다. 앵무새는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낼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있는 청산(시안화수소)이 극히 미량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떤 근대적인 장치보다 더 정확하게 감지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제약공장 '코바니야'에서는 10마리의 앵무새를 사들여 청산 화합물에서 각종 약을 제조하는 공장에 배치하여 청산 중독 방지를 맡겼다.
최근 25∼30년 동안에 개는 그 예리한 후각 덕택에 많은 새로운 임무를 맡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교묘하게 감추어진 지뢰를 탐지하는 수단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당시 지뢰 탐지기는 쇠로 도니 껍데기로 둘러싸인 지뢰밖에 탐지하지 못했고 나무나 유리로 된 껍데기에 들어있는 지뢰는 예리한 철침(쇠바늘)이 붙은 긴 장대로 더듬어서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지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지닌 공병대의 생명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나 몇천, 몇만 개나 r 되는 지뢰를 탐지해서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저승행이었다. 그런데 개는 상자에 들어 있든 들어 있지 않든 간에 상관없이 폭약의 냄새를 알아낸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능숙하게 되려면 특수한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42년 소련 중앙 군용견 훈련소에서 최초로 지뢰 탐지견을 배출했다. 지뢰 탐지견을 사용함에 따라서 소련군의 지뢰 제거 공병대의 업무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뢰 제거 공병대와 지뢰 탐지견은 전쟁터에서 완전히 혼연일체가 되어 활동했다. 지뢰 탐지견의 뒤를 따라가면 이미 발밑에서 지뢰가 폭발할 위험성은 사라졌다. 지뢰를 탐지하는 폭도 10∼15배나 넓어졌고, 지뢰를 탐지하는 속도도 20배 이상이나 빨라졌다. 게다가 지뢰 탐지기나 탐지용 장대를 사용할 수 없는 장소나 키가 큰 풀이 자라는 장소, 수목이 울창한 장소라 하더라도 지뢰 탐지견은 그 임무를 완수했다. 키예프, 오데사, 노브고로드, 베오그라드, 바르샤바, 프라하, 부다페스트, 빈, 베를린 등 소련이나 동유럽의 각 도시가 해방될 때 지뢰 탐지견은 대활약을 했는데 수천 명의 인명과 많은 건물을 폭파의 위험에서 구했다.
가스 누출을 발견하는데도 개가 이용된 바 있다. 처음으로 그 일을 시작한 것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시의 가스회사이다.
새로운 시가지에 가스관을 부설할 때 매설된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때에는 가스관을 파내지 않으면 안 되는데 가스가 새는 곳을 찾아내는 일도 큰 고생이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래서 후각이 예민한 개가 동원되어 가스가 새는 곳을 짧은 시간 안에 찾아내도록 시킨다. 타린 시에서는 1968년부터 동유럽계의 목양견을 가스 누출 탐지에 사용해 왔는데 그중에서 가장 우수한 놈은 '딩고'호이다. '딩고'호는 3개월의 훈련을 받고 전체 길이 5,713미터에 이르는 시내의 23개 거리를 맡았는데 시의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어 매월 약 20만 원의 월급까지 받았다. 이외에도 폴란드와 다른 나라에서도 수십 마리의 목양견이 가스 누출을 탐지하는데 활약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그 개들은 어떤 장치를 갖고도 검출이 불가능한 미량의 가스 누출이라도 알아맞힌다고 한다. 가스 누출을 발견한 개는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응급처치반이 달려올 때까지 계속해서 짖는다.
몇 년 전에 개의 예리한 후각을 지질 조사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것을 생각해낸 사람은 광물학 연구소의 바실리예프 박사이다. 우선 교통성에서 몇 마리의 개를 페트로자보츠크 지질학 연구소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황철광의 광석을 잘 감추고 그것을 찾는 훈련을 시켰다. 이윽고 개는 모암이나 다른 광석 속에서 어느 특정한 원소만을 함유한 광석을 골라낼 수 있었다. 이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끝마친 한 마리의 '무트라'라는 개는 1966년에 큰 공적을 세웠다. 시추를 시작하자마자 '무트라'는 그곳으로 가까이 와서 몇 번이나 그 주위를 빙빙 돌다가 갑자기 한쪽 옆으로 달려가 50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지질 조사대가 그곳에 시추를 해보니 훌륭한 황철광 광상이 발견되었다. 그 후에도 많은 지질 조사대가 개를 이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70년에는 일루 티시 지질 조사대가 8마리의 동유럽 계열의 목양견으로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마약 밀수입에 애를 먹던 핀란드에서는 마약 밀수 방지에 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세관에는 특별한 훈련을 받은 라브라도 개를 배치하여 세관이나 항구로 입국하는 입국자의 의복이나 수하물을 감시하게 하였다. 마약 냄새를 맡은 개는 즉시 짖기 시작한다. 스웨덴도 핀란드의 경험을 도입하여 마약 단속에 개를 이용했다. 그중에서도 '검은 악마'라고 하여 밀수입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놈은 '코케트'라 부르는 라브라도 개로 마약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아서 자동차에 숨겨둔 마약을 찾아내는 것이 그 개의 임무이다. 이 네발 달린 탐정은 자신의 임무에 대단히 충실해서 대형 트럭을 조사하는데도 불과 3시간밖에 걸리지 않다 한다.
이상과 같이 개를 비롯해서 카나리아, 흰쥐 등 '살아있는' 냄새 탐색기가 이미 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점점 그 숫자는 늘어날 것임에 틀림없다. 동물의 후각은 다양해서 각각의 용도에 맞는 '살아 있는' 냄새 탐색기가 발견될 게 틀림없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살아있는 후각 장치는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한계를 뛰어넘을 수가 없다. 현재 화학공업은 눈에 띄게 발달한 결과 강력한 생리적 작용을 갖지만 그 분자가 후상피를 자극하지 않는 많은 인공물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인공의 후각 기하면 이들 물질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많은 국가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조건 아래서 생물의 후각 기관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나, 생물이 냄새에 고나 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바이오닉스적 연구에 몰두해 있다. 또 불질의 냄새와 그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과의 관계에도 더욱 메스를 가해서 인공 후각기의 개발을 진행시키고 있다. 유명한 생리학자인 파블로프는 "후각은 생리학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지만 생리학, 바이오닉스, 화학, 전자공학 등의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여태껏 비밀의 베일에 감춰진 '냄새의 정원'의 실체가 가까운 장래에 밝혀질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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