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간이나 동물의 후각 기관을 자세하게 언급한 것은 몇억 년에 걸친 진화의 과정에서 완성된 이들 기관에는 그것을 모방해서 인공적으로 후각 장치를 개발할 무한한 가능성 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주선이 랑데부하는 것과 약간의 성 유인물질의 분자에 이끌려서 산누에나방의 암컷과 수컷이 만나는 경우와는 정말 비슷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문자 그대로 모든 것, 즉 정보처리장치, 유도장치나 자기 조준장치에 흥미가 솟는다. 예컨대 냄새가 공기 속나 물속에서만 신호로 이용될 수 있고 우주공간에서는 사용될 수 없다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냄새 '레이다'는 많은 부문에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80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거리에서 화재 현장으로 날아온 나방의 후각기관을 모방한 장치를 만든다면 원격식 화학화재 경보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인공 후각 기관은 각종 화학공업부문에 다시없는 소중한 장치가 될 것이다. 화학반응의 진행상황에 간한 정보를 모으는 현재의 전자 센서의 종류는 매우 적고, 그들 센서의 성능도 현재 및 장래의 화학공업에도 극히 불충분하다. 인간의 코와 비슷한 인공 후각 장치는 향료, 특히 향수 생산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향수 생산 부분에서는 인조 코가 향수 조향사나 전문기사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생산과정이나 제품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값싼 원료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 향수라 할지라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 후각 기관은 식품공업에도 그 용도가 광범하다. 예를 들면 부패 검지기나 원료제품을 검사하는 장치 등에 이용할 수 있다.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소나 기업에서는 인간의 코를 가지고는 감지가 불가능한 독극물의 유출을 인공의 코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각국의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인공 후각장치를 개발해 내려고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 연구는 목적에 걸맞게 몇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인공 후각 기관의 개발은 첫째로, 군사용이나 경찰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연구하고 잇다. 뱀장어의 후각을 연구한 결과 뱀장어가 6 ×1020배로 묽게 탄 알코올을 그 냄새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바꾸어 말한다면 용적이 3,500 입방 킬로미터인 라도가 호수에 1그램의 알코올을 떨어뜨린다면 뱀장어는 알코올을 탄 이 호수의 물과 다른 곳을 물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당황했다. 혹시 그러한 장치를 인공적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면 적군의 함선이 남긴 '흔적'을 대양에서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 몇 년 동안 미국 기술자들은 냄새에서, 즉 함선이 항해 중에 남긴 냄새가 나는 물질의 존재로부터 그 함선을 발견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몰두해 있었다.
'유에스 뉴스 앤드 레포트'지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들은 국무성이 주문한 인간의 체취를 식별할 수 있는 '전자코'를 개발했다. 그 전자코를 발명한 사람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헬리콥터에 실린 이 장치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인간 집단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는 항공회사와 계약한 대로 갱들이 비행기에 장치한 폭탄을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비행기 문을 닫고서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향하는 4분간이면 충분하다.
어느 렌터카 회사는 술주정뱅이에게는 엔진이 시동되지 않는 장치를 자동차에 부착했다. 그 민감한 소자 - '장치의 코' - 는 자동차 안에 있는 와인 증기에 반응한다. 와인 증기를 내뱉어낸 사람이 아무리 자동차키를 돌려도 플러그를 점화할 수 없다. '전자코'가 장치의 동작부에 운전자가 술에 취했다고 알리면 동작부가 점화 플러그와 배터리 사이에 있는 회로를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코'는 자동차 안으로 틈새를 비집고 바람이 들어오거나 불순물이 있는 경우에도 회로를 끊어버릴 정도로 예민하다.
이외에도 로자노와 스케프스 두 사람이 개발한 '전자코'도 알려져 있다. 이 장치는 냄새를 내는 물질의 작용으로 전류의 세기가 변화한다. 이 변화는 일정한 냄새를 식별하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알코올(예를 들면 에틸알코올)에 대해서 이 전자코는 인간의 코보다 100배나 더 민감하다.
미국 '하니벨'사에서는 일부 기체가 자외선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원리에 기초한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에는 특수한 자외선 램프가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자외선이 예민한 검파관에 초점이 맺히도록 한다. 자외선램프와 검파관 사이를 기체가 통과하면 자외선의 일부가 흡수된 결과 검파관이 받는 에너지가 감소한다. 기체의 농도가 일정한 수치에 이르면 검파관이 경보장치의 스위치를 켠다. 이 장치는 극히 예민하여 물질의 농도가 0.00001퍼센트만 되어도 그 냄새를 감지한다. 이 장치는 드라이클리닝 공장에서 유독한 과염화에틸렌을 검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그 외에 이 장치는 가솔린, 도료, 암모니아, 산의 냄새나 신선한 사과, 바나나 등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도둑이나 살인자는 범행 현장에 손수건이라든가 장갑 같은 소지품을 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문이 남지 않도록 장갑을 끼는 경우도 많다. 과학자들이 상당히 오래전에 증명했듯이 인간은 각기 특유의 체취가 있다. 분명히 이 체취는 유전에 위해서 결정된다. 이란성쌍둥이만이 유전적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체취도 매우 비슷하다. 이 의미는 지문과 동일하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피부 분비선이 몇 개인가 있다. 땀샘, 피지샘, 등이 있다. 발바닥에는 땀샘 밖에 없지만, 그러나 그 대신에 땀샘이 발바닥 1㎠에 최고 100개나 있다. 따라서 냄새를 지닌 흔적의 근원은 아마 이 발바닥의 땀샘이라 할 수 있다. 조건만 양호하다면 개는 하루 전에 남겨진 족적을 가지고 범인을 충분히 추적할 수 있다. 그와 다름이 없지만 감도와 선택성이라는 점에서 개의 후각기관보다 뛰어난 '전자 경찰견'은 미국 경찰 당국이 의도하는 바에 의하면 냄새를 가지고 범인을 수사하는 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혹시 살인이 일어났던 집에 '전자 경찰견'을 데려가서 스위치를 누르면 피해자 외에도 범행이 일어나기 전 하루 동안 이 집에 있었던 사람들을 딱 알아맞출 것이다. 예를 들어 범인이 지문 등 모든 흔적을 지워버렸다 하더라도 범인 자신의 체취는 반드시 남게 마련이다. 이 '전자 경찰견'의 구조와 작동원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극비에 부쳐져 있다. 그러나 절도범과 살인범의 체취 카드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대기오염 자동경보시스템 개발의 제1단계가 끝났다. 이 시스템은 큰 공장 근처에 설치되어 공기중의 아황산가스(SO2)의 함유량을 감시하는 31개의 전자'코'로 되어 있다. 아황산가스의 양이 허용치를 넘으면 장치에 연결된 컴퓨터가 경보를 울리고 전자지도 상에 오염된 지역의 위치가 나타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상이한 원리로 작동하는 인공코가 개발되었는데 그 어느 것도 전술한 것처럼 바이오닉스적 장치는 아니었다. 이들 장치는 예민했지만 덩치가 꽤 큰 가스분석기로 구조, 작동원리, 작동 속도의 어느 면에서도 자연의 후각 기관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가스=액체 크로마토그래피 법(chromatography ; 색소물질의 분별 흡착에 의한 분리법, 여러 가지 혼합물의 용액을 알루미나, 실리카 젤, 이온 교환수지 등의 흡착제를 채운 수직으로 된 유리관을 통하여 흐르게 하여 흡착성의 차이에 따라 혼합물의 성분이 여러 곳에 흡착되게 하는 방법임.)으로 네덜란드 딸기 냄새를 분석하는 장치에는 길이 120미터나 되는 나선형의 유리관이 붙어 있다. 작동을 시키는 데는 프로그램으로 제어된 서머 스타트(thermostat ;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동 조절기)가 필요하다. 분석하는 데는 약 1시간이 걸리는데 그 과정이 끝나면 이 장치는 분해해서 세척하고 재충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의 앤드류 드 레브 닉스 교수는 후각기관을 모방한 바이오닉스적 장치를 연구해 온 선구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 교수의 목표는 진료용 전자 '코'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어떤 종류의 질병은 그 병 특유의 냄새를 발산하는데 이것은 환자의 체내에 화학적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전자 '코'는 여러 가지 질병에 특유한 냄새를 발견해서 그것을 분석하고 추정할 뿐만 아니라 그 후각 능력은 피로라든가 순응과 같은 현상과는 관계가 없어야 한다.
냄새의 주인공이 유기물의 증기라는 것 때문에 드 레브 닉스 교수는 냄새를 내는 물질의 작용으로 접촉전압이 변화하는 현상을 이용해서 인공코의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이 장치를 작동하는 근본원리가 되는 화학적, 전기적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그 구조는 비교적 간단하게 되어 있다. 이 후각장치는 냄새를 내는 혼합물이 들어오는 유리로 만든 뚜껑 아래에 놓인 고정된 4개의 금제 전극과 회전하는 금제 날개로 구성되어 있다. 고정된 금제 전극판은 각기 다른 흡착제로 덮여서 스위치 접점에 연결되어 있고, 스위치의 슬라이드는 금제 날개와 동시에 회전하게끔 되어 있다. 냄새를 내는 물질의 작용에 따른 접촉전압의 변화에 딸서 저항을 흘리는 전류, 즉 그 전압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오실로그래프(oscillograph ; 물리적인 진동이나 전기 진동, 즉 전류, 전압의 시간적 변화를 가상곡선으로 표시하는 장치)로 들어간다. 이 후각장치에 냄새가 없을 때는 오실로 그래프의 스크린에 직선이 나타나지만 냄새가 있으면 특징있는 파형이 생긴다. 그 파형과 파동의 산과 골짜기의 크기로부터 냄새를 내는 물질과 공기 중에 있는 그 물질의 농도를 알 수가 있다.
드 레브 닉스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이 '전자코' 사용하여 냄새로부터 각종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방대한 실험을 되풀이했다. 피실험자인 환자는 일정하게 조성된 공기가 항상 들어오는 유리로 만든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더러워진 공기를 분석해서 환자가 배출한 화학물질을 결정한다. 지금가지 24개의 물질이 결정되었다. 현재 드레브닉스 교수는 이들 물질 중에 무엇이 건강한 사람의 특징이고 또 어떤 물질이 어느 정도 농도로 각종 질병과 관련됐는가를 밝히려고 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과학자 R. 몬 클리프도 각종 물질의 냄새를 식별하여 그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를 개발했다. 그는 이 장치를 제작할 때 다음의 세 가지 현상을 이용했다. 즉 조성이 다른 다공질의 박막이 여러 가지 향료를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능력, 이들 박막이 향료를 흡착할 때 열이 방출된다는 점, 온도 변화에 따라서 반도체 저항기가 저항을 바꾸는 성질이다.
이 '전자코'의 토대가 된 것을 몇 개의 동일한 크기의 작은 용기를 병렬로 연결시켜 거기에 냄새를 내는 혼합가스를 불어넣는 장치이다. 이 혼합가스는 공기가 콧구멍에서 축축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미리 축축하게 만든다. 각 용기 속에는 두 개의 똑같은 반도체 저항기(열저항기)가 있는데 그중 한 개는 흡착 막으로 덮여 있다(물론 흡착막의 재질은 용기에 다라서 다르게 선택한다). 열저항기는 휘트스톤 브리지(wheatstone bredge ; 영국의 물리학자 휘트스톤이 개량하여 실용화한 전기저항 측정기. 저항과 검류계 및 전지를 접속 한 회로를 주요부로 함. 콘덴서의 용량과 인덕턴스의 크기를 알아내는 데 쓰임)와 인접한 변에 들어 있다. 주위의 온도 변화는 양쪽 저항기에 작용하고 브리지(bridge ; 각 변이 회로소자로 된 사각형의 전기회로. 평형 상태에서의 성질을 이용하여 전기 저항 및 자기 측정, 발진기의 안정화, 여파기 등에 응용함)는 균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냄새를 내뿜는 물질이 흡착되면 흡착막으로 덮인 저항기만 가열되어 저항을 변화시킨다. 이 결과 균형이 깨져서 그 대각 변에 전기신호가 나타난다. 증폭된 신호는 밀리암페어 계측기나 마이크로암페어 계측기에 측정되는 것과 동시에 기록장치로 보내진다. 어떤 화학물질이 어떤 용기에 민감한가를 안다면 신호가 나타나는 채널 번호를 가지고 냄새를 내뿜는 혼합 가스의 조성을 알 수 있고, 신호의 크기를 가지고 그 농도를 결정할 수가 있다.
몬 클리프의 인공코는 인간의 후각기관과 다음과 같은 몇 개의 유사점을 같고 있다. 즉 냄새를 내는 물질에 즉각 반응하고, 냄새를 멀리하면 반응이 소멸된다. 이 장치를 작동시키려면 공기를 그 수용면 위로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이 장치는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다음 번 실험을 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이 장치는 약한 냄새보다 강한 냄새에 빠르게 순응한다. 즉 아무리 자극(냄새)을 강하게 하더라도 일정한 세기 이상이 되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몬클리프의 인공 코에서 얻어낸 곡선이 개구리 후상피의 전기 활동 곡선과 대단히 비슷하다는 점도 빠뜨릴 수 없는 점이다.
이 상과 같이 몬 클리프는 자신이 만든 장치에다 흡착제를 임의의 온도 측정장치와 직접 연결시키면 후상피의 모형이 된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 혹시 온도 측정장치가 온도 변화를 전기적 변화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이 모형은 더욱더 진짜에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냄새의 질과 세기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바이오닉스적 후각 장치의 개발이 초기에 아무리 성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드 레브 닉스나 콘 클리프가 개발한 장치는 생물의 화학적 감각 장치와는 아직 거리가 먼 모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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