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있어서 예리한 후각은 어느새 일종의 사치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동물의 세계에서는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과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동물이라 하더라도 냄새의 구름에 '둘러싸여' 있고, 이 구름이 마치 동물의 몸을 확대시킨 듯한 모양이 되어, 그 때문에 멀리서도 그 동물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맹수는 땅거미가 져서 어스름할 무렵 짐승을 습격할 경우에는 우선 코로 그 범위를 정해놓은 다음에 사냥감을 습격한다. 후각은 맹수의 부족한 시각을 보충하여 숨어있는 사냥감을 찾아낼 뿐만 니라 적과 아군을 식별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풀이나 유충을 먹고사는 물고기도 후각을 이용한다. 그 일례는 거의 시각을 상실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이를 계속 포획하고 있는 늙은 잉어에서 볼 수 있다. 눈이 거의 퇴화되어 버려서, 진흙 속이나 동굴 같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사는 동물이나 고등어, 대구 등의 물고기도 그렇다. 이런 물고기는 먹이를 얻기 위해 주로 후각에 의존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둥이가 긴 해오라기라는 새는 이런 물고기의 예민한 후각을 능숙하게 이용한다. 해오라기는 얕은 여울에서 무릎 가지 물에 잠긴 채 서서 날개로 두세 번 수면을 탁 친다. 그러면 날개에서 냄새가 강한 지방분이 흘러간다. 그로부터 잠시 후에는 한쪽 다리로 서서 냄새에 끌려서 떠올라온 물고기를 기다렸다가 긴 주둥이로 잡으면 되는 것이다.
물고기의 후각기관은 육상동물의 '코' 하고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물고기는 불순물이나 혹은 물에 녹아 있는 물질의 냄새를 물을 맛봄으로써 비로소 알 수가 있다. 때문에 물고기의 후각 기관은 미각 기관과 함께 입 주위나 입술에 있다. 어떤 종류의 물고기에는 이들 기관이 지느러미, 때로는 몸 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일조차 있다.
몇 년 전 과학자들은 각종 물고기의 피부에 피부세포와는 전혀 다른 방추 상의 세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기묘한 세포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화학적인 수용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설을 발표하였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이 가설이 맞았다. 칼라아브라바야의 아가미 딱지와 아가미에 접한 피부 부분에서 발견된 방추 상의 세포가 신경섬유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 세포의 말단은 그저 약간 피부 표면에서 돌출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세포는 물고기가 미각을 감지하는 세포와 구조가 매우 비슷했다.
곤충은 매우 예민한 후각과 근사한 냄새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지상이나 공중에서 냄새를 내뿜는 목표나 자기 집에 있는 개체의 특별한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동일 종족에 속하는 개미는 촉각으로 감지한 냄새로 서로를 구분한다. 그리고 혹시 다른 곳에 사는 개미가 자기 집에 침입하려고 하면 당장 죽여버린다. 다른 종족 개미의 추출물을 바른 개미는 동료들에게 살해당한다. 꿀벌도 냄새로 꿀이 많은 꽃을 발견하나. 뒤웅박 벌, 투구벌레, 특히 흰개미는 먹이 저장소나 이사 갈 장소로 가는 길을 나타내기 위해 특수한 냄새가 나는 물질(페로몬, pheromone)을 분비한다. 모기나 파리매는 인간이나 커다란 포유동물을 냄새로 찾아낸다.
많은 곤충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냄새는 성적인 매력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된다. 예를 들면 산누에 암컷 한 마리가 125마리의 수컷을 모은 경우가 알려져 있다. 수컷들의 일부는 창문을 닫아버리니까 이번에는 굴뚝을 타고 들어왔다. 제이콥슨이 이끄는 미국 농무성 곤충부팀은 30년에 걸친 연구 끝에 1960년에 50만 마리의 마이마이 나방의 암컷으로부터 20밀리그램의 성 유인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을 '지브톨'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마이마이 나방의 암컷 한 마리는 1만 분의 1밀리그램의 지브 톨을 만들어 낸다. 많은 수컷을 유인하는데도 이만큼의 양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짝짓기가 끝난 후의 마이마이 나방의 암컷은 주변 공기 속에다 지브 톨을 분비하는 것을 멈춘다. 이상과 같이 성 유인물질은 수컷에게 "여기 성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미혼의 암컷이 있다."는 신호가 된다.
냄새는 그 발생원이 존재하는 곳이 때로는 며칠 동안이나 남아 있기도 한다. 이것은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남긴 일종의 '편지'이다. 많은 종류의 동물들에게 냄새에 대한 감각이 이상하게 발달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 아래에 있다 하더라도 동물이 위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냄새가 미묘하고도 상세한 정보를 가져온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은 경찰견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경찰견에게 범인이 지닌 물건의 냄새를 맡게 하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범인을 찾아낸다. 냄새를 추적할 때 개는 인간이나 동물이 지상이나 공중에 남긴 뭔가 실재하는 것을 지각한다. 개는 발자국, 자동차의 흔적, 발에 밟혀서 부러진 풀 따위의 흔적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탐색의 주요한 수단은 후각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가 알려져 있다. 트빌리시 시 교외에 차브라라 부르는 목양견이 있었다. 그 개의 주인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는 국민학교 2학년 학생인 산드로였다. 어느 날 콜호지의 의장인 산드로의 아버지는 산속에 있는 목장으로 차 브라를 파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양치기가 차 브라를 데려가려고 왔다. 그리고 겨우 산드로에게서 차 브라를 떼어서 자동차에 싣고 산속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차브라는 끈을 끊고 도망쳤다. 그곳에서 산드로가 살고 있는 마을까지는 산을 넘고 골짜기를 오르고, 물이 불은 개천을 건너고 낯선 사람들이나 개가 있는 마을들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될 먼 거리였다. 덮개를 씌운 자동차 안에 있었기 때문에, 물론 도중에 바깥 풍경을 볼 수도 없다. 청각도, 미각도, 접촉 감각도, 그리고 운동감각 등. 어떠한 정보도 차브라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차브라는 그곳까지 길을 달려온 것이 아니라 차로 운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틀 후에 상처투성에다가 여위어 초라해진 차브라가 주인 곁으로 되돌아왔다.
많은 물고기에게도 냄새는 길잡이 별의 역학을 한다. 그 좋은 예가 연어이다. 봄이 되면 냇가에 알에서 깨어난 수십억 마리의 연어 치어가 나타난다. 곧 치어는 냇가를 떠나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바다를 몇천 킬로미터나 헤엄쳐 돌아다니다가 몇 년 후 (종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2년에서 7년 후)에 소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의 냇가로 놀랄 만큼 정확하게 되돌아와서 그곳에다 알을 낳는다.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아서 하슬라가 실시한 많은 실험 결과 연어, 송어가 고향의 냇가로 되돌아오는 것은 '귀소본능' 이라든가 미비의 제6 감적인 감각 때문이 아니라 후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어, 송어 같은 부류는 냄새에 대한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다. 그들은 기나긴 여행을 출발할 때 물의 냄새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기억하여 그 코스의 '냄새의 곡선'을 작성한 후 실제의 거리를 그것과 비교하면서 고향의 냇가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곤충 중에서는 냄새로 정위의 거리 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쓰메아카나가히라다다 무시가 있었다. 몇 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12만 톤의 석유가 불타버린 일이 있었다. 이 화재 현장을 목표로 쓰메아카나가히라다다 무시의 대군이 날아들었는데, 도처에 머물면서 때로는 구경꾼에게까지 달려들었다. 이 곤충이 사는 침엽수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하더라도 화재 현장에서 8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화재 연기 속에 들어 있던 어떤 물질이 이 곤충을 유인했는가는 알 수 없으며 확실히 밝힌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그러나 담배 연기 역시 이 쓰메아카나가히라다다 무시를 유인하는데, 축구 시합을 할 때 때때로 팬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상 각종 동물의 후각 기관의 구조나 기능에 대해서 기술했다. 그러나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살아있는 냄새 탐색기의 정교함과 놀랄만한 선택성, 감도를 말해주는 몇 가지의 사실을 들어보자. 보통 집지키는 개라 하더라도 50만 종류에 달하는 냄새를 식별한다. 예를 들면 개는 1cc의 공기 중에 유산균 분자가 9,000개를 넘으면 그 냄새를 감지한다. 더욱 자세히 비교를 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보면 공기 1cc 속에 들어있는 분자는 268×1017개라는 방대한 수에 달한다. 따라서 3.36×10-16의 농도이면 개는 유산균을 감지한다. 이렇게 감도가 높은 이유는 개의 후각기관의 구조에 있다. 대구과의 한 종류의 물고기도 매우 예민한 후각 기관을 갖고 있다. 이 물고기는 몸길이 6센티미터의 작은 물고기가 5분 동안 헤엄치고 있다면 그 물이 흘러내려오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 물고기의 '코'는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새가 앉았던 풀밭뿐만 아니라 15분 정에 그 새가 앉았던 장소에 사냥꾼을 안내하는 세터(영국산 사냥개)의 코에 맞먹는다.
또 보통 파리는 3만 종류에 달하는 화학물질을 후각 기관으로 식별할 뿐만 아니라 그가 종류에 대해서 확실하게 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후각 기관의 감도라는 점에서는 개도 파리도 산누에나방을 당해낼 수 없다. 과학자들이 이 나방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우선 산누에나방 암컷한테서 수컷을 떼어놓은 후에 수컷에게 페인트로 표시를 했다. 그다음 수컷을 작은 바구니에 담아서 여러 군데로 이동시킨 후 바구니에서 내놓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일까? 30분도 채 지나기 전에 표시를 한 최초의 수컷이 암컷이 들어 있는 바구니로 되돌아왔다. 이 수컷은 5킬로미터의 거리를 날아왔는데, 개중에는 11킬로미터나 날아온 수컷도 있었다. 계산 따르면 이 정도 떨어지면 공기 중에는 암컷이 만든 성 유인물질은 1 입방 센티미터의 공기 중에 겨우 한 개의 분자밖에 없다. 겨우 이 한 개의 분자에 불과한 냄새가 수컷에게 먼 거리를 날아서 정확하게 암컷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는 등대의 역할을 한 것이다.
곤충은 또 하나 매우 흥미 있는 후각의 특질을 갖고 있다. 곤충은 대상에 닿지 않고도 촉각을 그 대상 위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 그 형태를 알아낸다. 이에 대해서 인간은 아무리 냄새를 맡아 보아도 냄새를 내는 물체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가를 알아맞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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