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의 냄새나 만발하게 피어서 흐드러진 봄날 꽃밭의 향기로운 냄새, 라일락이나 장미의 달콤한 향기, 소나무 숲이나 건초의 향기로 둘러싸인 여름밤. 우리들을 둘러싼 이러한 자연의 선물보다 더 근사한 것이 있을까? 이러한 냄새 중에 어떤 것은 가끔 부지불식간에 우리들에게 익숙해진 것도 있고 도 익숙해지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러한 냄새는 우리들을 흥분시켜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선한 느낌을 주며, 우리들의 기억에 멋진 추억이나 즐거운 연상을 일깨워서 인간생활에 정서가 넘치도록 해준다.
도대체 지구 상에 있는 어떤 생물이 처음으로 자기 주위로 다가온 특수한 화학물질의 분자를 감각할 수 있었는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지구에서 일어난 생명의 발생과 진화라는 위대한 역사를 펼쳐보면 최초의 눈이나 귀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 즉 동물이 요람의 땅인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기 훨씬 이전에 그 일이 일어났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미국 과학자 L. 미린 및 M. 미린은 후각이 다른 모든 감각에 우선했고 그에 의해서 동물은 먹이나 이성의 존재, 위험이 접근하는 것을 멀리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각과 냄새의 연구에 권위가 있는 캐나다 R.H. 라이트도 이 견해에 동의한다.
물론 현대인의 후각은 동굴 생활을 하던 우리들의 먼 조상의 후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현재 우리들은 사냥하러 나가서 영양이라든가 무서운 적인 호랑이나 사자의 냄새가 어디에서 나는 가를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몇백만 년이라는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예민한 후각을 남겼다. 현대의 과학기술이 아무리 진보했다 하더라도 미량의 유기물이 섞인 것을 감각하여 결정하는 능력 면에서는 인간의 코 보다 뛰어난 측정장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50cc의 공기 중에 겨우 100조 분의 2그램의 스카톨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그 냄새를 감각할 수 있다. 또 스밀렌의 냄새가 나는 이오논(ionone:단환식 세스퀴테르펜에 속하는 케톤으로 무색의 액체의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 비등 점이 다르고 민들레꽃 냄새가 나며 irone의 대용품으로 쓰임. 분자식은 C13 H20 O 임)이 공기 중에 30억 분의 1만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
아침과 저녁은 인간의 후각이 예리해진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침식사를 마치면 후각은 현저하게 저하된다. 또 후각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냄새에 민감한 법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 콧구멍이 오른쪽 콧구멍보다 더 냄새에 대해서 민감하다는 사실이다.《나는 주변의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유명한 책을 쓴 맹인에다 벙어리인 올 리가 스콜로호드와는 집안에 들어설 때 냄새로 그 집에 누가 있는가를 정확하게 맞출 수가 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녀는 선생님 집에 새로운 신문 대신에 낡은 옛날 신문이 배달된 사실을 냄새로 알아냈다. 또 동일한 방법으로 행길에서 그녀가 알고 있는 여인을 구별했다.
장님에다 귀머거리의 삼중고를 극복한 유명한 헬렌 켈러 여사는 체취로 많은 친구들이나 방문객을 구별할 수 있었다. 인간은 훈련이 되면 많은 후각 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후맹이라고 해서 일정한 냄새를 전연 맡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천 명 중에서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은 스컹크의 고약한 냄새조차도 맡지 못한다. 모든 종류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신천성 백피증인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의 모발은 백발 또는 금발인데 홍채나 후각 기관에 보통 사람들처럼 황색 색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계에는 수십만, 수백만 종류의 냄새가 있다. 문헌에 의하면 보통사람은 그중에서 수천 종류의 냄새를, 또 전문가는 수만 종류의 냄새를 구별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방대한 구별 능력을 지닌 감각은 다른 데는 없다. 그처럼 많은 냄새를 감각, 식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후각 계통의 정보용량이 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자연도 이점을 고려하였다. 우리들의 후각은 비강 깊숙이 있는 두 개의 내비 공에 집중되어 있다. 그곳에는 뇌의 하부와 연결된 후세포(후세포: 후각기로 냄새의 화학적 자극에 작용하는 감각세포. 지지세포, 기저세포와 함께 비강 상부에 점막을 형성하여 한쪽에 몇 개의 후모가 있고 다른 쪽은 후신경에 이어져 있음)는 점액을 분비하는 얇은 막에 의 해서 옆을 통과하는 공기로부터 보호받고 오염되자 않게 된다. 후세포의 집합 후상피의 면적은 5평방센티미터로 망막의 면적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넓다. R.H 라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감각 수용면이 노출된 신경 자체라는 사실이다. 눈에는 신경과 외부 환경 사이에 수정체가, 그리고 귀에는 고막이 있다. 냄새를 맡을 때 우리들은 외부 환경과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셈이다."
각각의 후신경의 일단은 후상피 표면의 점막층에 펴져서 약간 노출되어 있다. 그 끝에는 여러 개의 후모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분비선에서 끊임없이 공급되는 점액으로 축축이 젖어 있다. 이 후상피가 바로 냄새를 내는 분자와 신경세포가 접촉하는 접촉면이다. 후신경의 한쪽 돌기 - 축삭은 사판의 소공을 통해서 뇌의 전단부로 뻗어있다. 이 축삭의 수효는 1억 개에 달한다. 덧붙여서 말하면 시신경의 신경섬유의 수는 10만 개. 청각 신경의 신경섬유는 8만 개다.
좌우의 후와 속에 있는 이 축삭은 뇌의 각각의 측에 대응하는 후구를 향해서 모여 있다. 후구에는 약 2,000개에 이르는 사구라 부르는 소구가 포함되어 있다. 이 사구와 약 25,000개의 후세포가 연결되어 있다. 후구와 뇌의 후각 중추와는 쌍축 신경으로 결합되고 이 사이에 일차 감각수용기인 후상피에서 정보가 종합되어 처리된다고 생각된다.
파이트는 거듭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외에 후상피의 일차 수용기면과 뇌의 후각 중추와의 사이에는 단지 한 개의 시냅스가 존재할 따름이다. 주위 환경과 이 이상 밀접하게 결부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또 빌프레드 루 글로스 클라크는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후구는 진화라는 입장에서 보면 변연부에 돌출한 대뇌반구의 일부분인데, 그것과 후각 수용기와의 직접 결합은 진화의 입장에서 보면 척추동물에게는 대뇌반구가 우선 후각 기관으로서 발달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들 인간의 냄새 분석기는 1초의 몇 분의 1이라는 단시간 내에 냄새를 수용해서 식별한다는 또 하나의 극히 중요한 장점을 갖고 있다. 현대 화학공업의 입장에서 말한다면 이것은 초고속 분석이다. 물론 인간이 자신의 코를 소홀히 다루어서 그것이 망가뜨려 버리는 일은 결코 생각하지 말아야지 매일 담배연기와 담뱃진 투성이에다가, 가솔린 냄새로 마비시키고, 각종 화학제품으로 중독시킨다면 이러한 냄새 분석기는 그다지 유용하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리한 후각을 지닌 데다가 자신의 코를 소중히 하는 사람은 매우 많은 냄새뿐만 아니라,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놓쳐버릴 그런 냄새의 미묘한 뉘앙스까지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향수 조향사가 그 한 예다.
향수 조향사는 진귀한 직업이다. 인간에게 유쾌한 느낌을 주는 그런 향기를 가진 향수를 조합하는 것이 업무다. 바꾸어 말하면 향수 조향사는 예술가이다. 그러나 단지 향료의 분야에서만 예술가이다. 그들의 작업장은 향료가 들어있는 병을 일렬로 늘어놓은 말굽 형태의 책상인데, 이것은 화가에게 있어 팔레트와 같은 것이다. 향수 조향사의 주요한 '생산 용구'는 자신의 코다. 그러나 향수를 조합하는 데는 민감한 코만으로는 불충분하다. 향수 조향사는 화학에 관한 지식과 후각에 대한 기억이라는 이 두 가지를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향수 조향사를 양성하는 학교 따위는 전 세계에 한 군데도 없다. 향수 조향사는 화학계열의 대학을 졸업한 후 강습을 받고, 거기다가 수십 년을 현장에서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안 된다. 냄새에 대한 기억은 다른 기억과 같이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며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된다. 항상 300개 이상의 냄새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코를 소중히 여겨서, 감기 특히 코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후각을 저하시키는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한다. 또 독한 음료수 술을 마셔서는 안 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초원, 과수원 거기다가 소나무 숲의 냄새가 넘치는 기적의 향수를 조합할 수 있게 된 것도 다 이런 것들을 잘 지킨 덕택이다.
기적의 코를 소유한 사람으로 향수 조향사뿐만 아니라 술 감정사도 있다. 뛰어난 술 감정사는 각 나라에 문자 그대로 아주 조금밖에 없고 그 이름은 같은 분야의 동료들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물리학자인 폴 랑주방은 한편으로는 훌륭한 술 감정사였다. 과학의 계획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석상에서 P. L. 카피차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1925년 취리히에서 열렸던 학회에서 점심을 먹기 전에 랑주방은 와인을 마시고 그 맛과 향기, 그 와인의 이름뿐만 아니라 양조된 연도까지 정확하게 맞췄다. 그는 자타가 공히 인정하는 술 감정사로 때로는 물리학에서 이룬 업적보다 술 감정사라는 것을 더 자랑스러워했다. 영국 브라이트 시에 사는 베티 메디슨 양도 예리한 코를 갖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깨끗해 보이는 병에 남아 있는 비누, 버터, 파라핀 냄새를 즉각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의 후각은 발달됐다. 그녀의 근무처는 레모네이드 공장인데 1년에 약 17만 본의 병을 냄새 맡아서 레모네이드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냄새가 남아 있는 병을 한 병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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