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생물의 공헌도를 제대로 보지 않는다면 공평하다 할 수 없것이다. 그것은 미생물의 다면적인 '위생업무'에 대한 것이다.
과학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인간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수단을 갖고 자연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전연 생각지 않았던 사태가 일어났다. 그중의 하나가 살충제이다.
인간은 농작물의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살충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살충제를 대량으로 살포한다 하더라도 병해충을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살충제에 대한 병해충의 저항력이 세졌기 때문이고, 또한 살충제를 살포함에 따라 병해충뿐만 아니라 병해충을 먹고사는 천적도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더욱더 새로운 살충제를 개발해서 살포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외에도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 식물을 교배시키는 곤충이나 벌레를 먹고사는 새, 게다가 물고기조차도 죽어 버리는 일이 생겼다. 토양 속에 축적된 이러한 독은 토양의 형성과정을 저지하여 각종 농작물의 성장을 중지시켜서 수확량을 저하시켰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토양균이다. 토양 균(주로 슈도모나스 속의 세균)은 화학공업으로 합성시킨 물질을 그 작용으로(탄산가스 등으로) 분해하려고 체내의 대사를 변화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토양 속에서 이루어지는 살충제의 분해 메커니즘을 해명하여 이와 같은 분해를 일으키게 하는 가장 활발한 세균을 찾아내어, 그것을 손에 넣으려는 미생물학적인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일정에 올라 있다. 도시와 도시 인구의 급격한 팽창, 그리고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된 공업 생산의 증대는 이른바 쓰레기 처리에 관한 문제를 발생시켰다.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중에서 가장 귀찮은 것은 플라스틱이다. 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플라스틱을 저온에서 연소되지 않고 녹기만 하므로 소각로 바닥에 달라붙어 유해한 연소 생성물로 대기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내뿜는다. 폴리 염화 비닐이 포장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것도 똑같다. 사용하고 난 이 비닐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까? 이 비닐은 자연 그대로 분해되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장이나 대도시 주변의 공터는 플라스틱의 잔해가 산처럼 쌓여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미생물에게 원조를 요청했다. 바로 최근에 영국으로부터 폴리 염화비닐 시트를 탄소로 바꾸어 버리는 미생물을 육성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왔다. 또 미국 텍사스 미생물 연구소 연구원들은 거의 어떤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전부 멀어치우는 미생물을 육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영원히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도 이들 세균을 이용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웨덴의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하는 독특한 방법을 개발하였다. 플라스틱을 제조할 때 어떤 종류의 세균을 그 속에 섞는다. 세균은 곧 휴식상태에 들어가지만 플라스틱 폐기물이 버려지면 태양광선이라든가 수분의 작용으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하여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대기에 있는 각종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특수한 세균을 발견했다. 예컨대 최근 영국의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가 보도한 바에 의하면 일본의 어느 화학공업회사의 연구실에서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을 줄이는 미생물에서 기원한 물질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강한 산화작용을 가지고 유해한 유황 화합물을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 16종의 세균을 갖고서 일종의 '산화 장치'가 만들어졌다. 그 화학성분은 아직까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독에 있는 어느 공장에서는 악취가스를 정화하는 다층식 필터가 제작되었다. 각각의 층에는 특수한 세균이 있어서 악취를 '먹어' 버린다. 실험용으로 제작된 이 독특한 공기정화기는 이미 3년간 양돈장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 새로운 '살아있는' 필터는 도시의 하수 정화 장치에서 나온 배기가스의 악취를 제거하는 데도 사용될 예정이다.
1938년에 영국과 소련의 과학자들은 옛날부터 광부들을 괴롭혀온 메탄가스를 '먹고 사는'세균을 각기 독자적으로 발견했다. 그리고 보로실로프 그라드 주의 '스호도리스카 야 2호' 탄광에서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우선 석탄층에 시추공을 뚫고 거기에 메탄가스를 먹고사는 세균이 들어 있는 물을 압력을 가해서 주입했다. 이어서 그곳에 세균이 번식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따뜻한 공기를 펌프로 보내주었다. 측정해 보니 이틀이 지나자 세균은 시추공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메탄가스도 전부 먹어치워 버렸다. 이렇게 해서 탄광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새로운 방법이 발견되었다.
현재는 대기뿐만 아니라 하천이나 호수도 오염되었다. 하천은 선박의 엔진이 방류한 석유제품의 막으로 질식할 지경이다. 이 막이 바로 하천이 대기 중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석유는 하천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해양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인간은 유조선 사고에 의한 것을 빼고도 일년에 평균 3백만 톤에서 1,000만 톤에 이르는 석유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 석유 속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은 해류를 타고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간다. 이 유해물질은 1,000배로 희석시켜도 갖가지 해양생물을 죽일 정도의 큰 힘을 갖고 있고, 비록 해양생물을 죽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식용으로는 쓸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인류가 직면한 하수나 바닷물에서 독극물을 제거하여 정화해야 하는 이러한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역시 미생물이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 응용화학연구소는 산업폐수를 정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짚과 폐지로 보드지(마분지, 판지)를 생산하는 베니젤 제지공장에 채용되었다. 공장폐수는 우선 탑의 위쪽으로 들어가서 그곳에 섬유질로 된 접착력이 큰 판을 통과해서 아래로 흘러간다. 탑의 맨꼭대기에서 물속에 특수한 세균을 섞는데 그 세균은 유해한 불순물을 분해해서 용존산소(물속에 용해되어 있는 분자형의 산소, 넓은 뜻으로는 물 이외의 액체를 가리킴, 물고기나 호기성 미생물 따위는 이산 소를 호흡에 이용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없으면 살지 못함. 하천에 수질오염이 생기면 용존산소가 감소하는 일이 많음)를 증가시킨다. 그 결과 물은 청정하게 된다.
'유네스코 뉴스'에 의하면 프랑스 아슐레에서 연간 150만 입방미터의 정화능력을 가진 하수정화장치가 운전을 시작했다. 정화는 '활성 쓰레기'에 의해서 진행된다. 불순물을 없애는 세균을 섞은 이 쓰레기와 하수를 섞으면 현탁물질의 90%가 제거된다. 세균에 의해서 생기는 발효의 결과 대량의 가연성 가스가 생기는데 이것은 정화장치의 연료로 사용된다. 생화학적 필터를 사용한 덕택에 하수는 음료수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화된다.
쿠즈네츠크 제철 콤비나트에서도 폐수를 정화하는 데 세균을 이용하고 있다. 금방 만들어진 코코스는 물을 끼얹고 불을 끄지만 그 폐수에는 다량의 페놀이 들어있다. 폐수 속에 페놀이 극히 미량만 들어 있어도 그것이 배출되는 호수나 하천의 모든 생물체는 죽어버린다. 그런데 특정한 세균은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이 세균은 페놀을 흡수해서 유독한 물을 완전히 무해한 물로 만든다. 현재 이 세균을 사용한 쿠츠네츠크 제철 콤비나트의 정화장치는 페놀이 들어 있는 폐수를 한 시간에 120-130톤씩 처리하고 있다.
미국의 '안짐스 인코폴레이티드사(뉴저지 주 체리힐 시)는 유조선의 생물학적인 정황에 사용하는 호기성 균과 혐기성 균, 그리고 산소를 섞은 분말의 '페트로 백'을 개발해서 현재 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유조선의 탱크는 깨끗한 물이나 바닷물을 집어넣어 청소하는데, 그 속에 '페드로 백'을 첨가하면 세균과 효소의 혼합물은 짧은 시간 안에 탱크 청소를 끝마친다.
소련의 과학자들은 석유에 의한 해양오염을 방지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세균을 여러 방면에서 찾아 나섰다.
그 결과 여러 군데 바다에서 석유를 '먹고사는' 37종의 세균을 발견했다. 이 세균은 실험실에서 적당한 조건만 갖추어 주면 석유, 중유, 솔라유를 먹고서 빠르게 번식한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들 세균은 석유를 출하하는 항구에 보내져서 유조선을 정화시키는 데 한몫을 톡톡히 볼 것이다.
현재로서는 동식물에 비교해 보면 미생물은 아직 연구가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생물학자들에게 알려진 것은 물속이나 흙속에 사는 세균의 겨우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각 분야에서 유익한 활동을 하는 세균을 찾아내는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루이 파스퇴르나 로버트 코흐의 시대부터 사용해온 배양기 안에서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수십, 수백종의 새로운 미생물을 분리하여 그것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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