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라든가 미생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우선 병균이라는 생각을 머리에 떠올립니다. 아마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해온 병균에 대한 공포 때문이겠지만 사람들의 뇌리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콜레라나 페스트의 만연은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릴 정도로 오래되었습니다. 인간은 병균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적에 대한 공포는 소멸됐습니다. 인간은 미생물의 세계를 연구하는 중에 미생물이 인류의 적일 뿐만 아니라 아군이라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인간의 편 미생물
수십억 년의 장구한 진화 과정에서 자연은 수많은 미생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생물은 도처에 존재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미생물은 다양한 환경조건에 적응하여 땅속에도, 공기 중에도, 남극의 얼음 속에도, 심지어 온천 속이나 심해의 바닥에서조차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생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은 땅속입니다.
미생물은 다양한 작업을 하는 '화학 콤비나트'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진균류(곰팡이)가 항생물질이나 효소를 합성하는가 하면 레몬산이나 포도산도 합성합니다. 또한 미생물은 다양한 색깔, 탄성, 강도, 내열성을 갖춘 여러 종류의 복잡한 중합체(polymer)를 만들어 냅니다. 이러한 '미생물 화학공장'에서 어떤 물질이 생산될 때에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 구비되어 세포의 생화학적 장치는 놀랄 정도로 일정한 작동을 계속합니다. 또 그 '공정'은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소비하며 게다가 그 조건 아래에서 최적의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혹시 이러한 조건을 변경시키는 일이 가능하다면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질과 외관을 갖춘 생산물을 필요한 만큼만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생물 세포에 X선을 쪼이면 그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 과정의 일부가 변화되는데 트레이서(tract) 원자를 사용하여 그 변화를 추적할 수가 있습니다.
미생물에게는 음식물을 섭취하고 소화하는 특별한 기관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생물은 영양소가 들어있는 배양액 속이 아니면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영양소는 미생물의 외벽을 통해서 그 안으로 침투합니다. 미생물이 요구하는 영양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동식물의 단백질을 요구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공중의 질소나 탄산가스를 요구하는 놈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연구실이나 공장에서는 질소, 탄소, 인, 황, 기타 미생물의 생활에 필요한 물질이 함유된 배양액을 만듭니다.
이 배양액 속에서 미생물은 급격히 증식하여 인간에게 필요한 약품, 식품, 공업원료를 만들어 냅니다. 미생물은 마치 특정한 물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생산성이 뛰어난 살아있는 공장처럼 보입니다. 약 1 입방 센티미터 안에 현재 전 세계 인구의 몇십 배나 되는 숫자의 미생물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각각의 미생물은 자기 체중의 30-40배나
되는 배양액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기후조건이나 지리적 조건에 관계없이 번식 속도가 대단히 빠르고, 다양한 종류의 유기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점이 농작물이나 가축과 비교해서 미생물이 유리한 점입니다. 더구나 최신식 설비를 갖춘 화학 공장조차도 미생물과는 경쟁상대가 안됩니다. 액체 부탄가스를 직접 산화시켜 초산이나 기타 다른 것을 제조하는 비교적 새로운 장치를 예로 들어보자. 제조공정은 내산성의 특수강으로 제작된 반응탑 안에서 50-60기압, 섭씨 150-170도에서 진행됩니다. 이에 대해 자연계에서는 동일한 탄화수소의 산화과정이 상온, 상압 아래 이루어집니다.
자연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물세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반응을 개량하기 위해 몇만 년이나 소비했습니다. 미생물은 화학물질의 보물창고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미생물의 체내에서 비로소 가장 적합한 환경에 놓여서 유지, 경신에 있어서 최적의 조건을 갖습니다. 그래서 미생물이 진행하는 공정을 알아내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 바로 우리들 인간이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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